역시 충동구매의 일환이었습니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2002~2003년은 특히 아포크리파 버닝이었던 시기라, 즐겨 찾던 사이트 중 水城サトル님의 白黒屋가 있었고, 그 홈페이지에서 창작 동인 게임을 만드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관심은 있었습니다만, a모님의 플레이 일기를 보고 살까말까; 하다가 (그 때에는 지금처럼 게임 구하기가 쉽지도 않았구요) 일단 마음을 접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로부터 3년;; 방황 중에 완전히 충동구매로 구입했습니다. PS2 쪽이 플레이하기가 쉽고, 보이스가 있으니 잘 넘어가겠다 싶었거든요. (...캐스팅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알았다면 망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계기로 미키 신이치로님에 대한 호감도가 약간 더 상승했습니다.)
라는 것이 게임의 시작으로, 그들을 쫓는 검은 그림자를 피해 도망치며 필사적으로 기억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미스테리 어드벤쳐 게임 되겠습니다. (...는 농담입니다)
*System ★★★★☆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게임 화면을 참고하면, 툴 자체는 PC판의 동인 게임 툴에서 달라진 것은 없는 듯합니다. 서술 없이 캐릭터들의 대화, 혹은 독백을 통해 사건이 진행됩니다. 선택기는 시나리오마다 다릅니다만, 20개 안팎인 듯.
선택지 화면에서 세이브 가능하며, 슬롯도 30개로 넉넉한 편입니다. 게다가 이미 선택지가 지나갔을 경우, 왼쪽 휠이나 △버튼으로 이전 문장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지나간 문장만 다시 보기도 가능.
게임 진행 중 세이브, 로드, 옵션 불러내기 가능. 이미 읽은 문장 skip 가능하며 읽지 않은 문장 skip도 가능 (옵션 조정 필요), skip되지 않도록 lock 가능, 자동 진행 있음. 자동 진행 속도 조절 가능, 문자 표시 속도 조절 가능, text 폰트 및 색 조절 가능, 텍스트 창 색 조절 가능, 캐릭터별 voice on/off 가능, voice/effect/BGM volume 조절 가능. 있을 만한 기능은 다 있어서 비쥬얼 노벨로는 상당히 쾌적한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마루마 이후에 한 거라 더 감동받았습니다. =_=)
보이스를 전부 사용하고, 자동 넘어가기로 초회 플레이 7시간. (2번 bad엔딩과 1번 진엔딩을 이어 봤습니다.) 그 이후로는 안경루트에서 시간이 좀 걸렸던 걸 제외하면 skip기능을 이용해서 한 엔딩당 1시간 안팎. 약간 아쉬운 감도 있지만 제게는 초회 플레이 10시간 이하인 게임이 가장 좋은 정도라 역시 이것도 마음에 듭니다.
*Scenario ★★★☆☆
시나리오 자체가 BL이라는 느낌은 별로 안 듭니다. 주요 캐릭터는 다섯 명이며 엔딩은 16 가지지만, 여느 여성향 게임처럼 캐릭터 별 엔딩이 아니라 쿠로토(玄冬)와 하나시로(花白)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목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는가, 혹은 좌절하는가가 엔딩이 됩니다. 초회 플레이시는 쿠로토의 과거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진행하게 되지만, 이후 플레이는 같은 문제를 계속 반복하게 되는 시스템이며, 이해하기 힘든 다른 캐릭터의 입장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설정 자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설정'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짧은 시나리오 내에서 한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아포크리파 느낌이 날까 생각했는데, 종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단어나 설정이 상당수 등장합니다. '주' '신' '구세주' 등의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독교 쪽 분들이 별개의 세계라고 생각하고 납득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단, 세계의 멸망이라는 문제의 무게에 반해 외부의 개입이 거의 없는 점이라든가, 관련된 인원이 너무 적지 않나 라든가,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점들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Music & Voice ★★★★★
역시 홈페이지의 opening을 참고하면 2003년판에 비해 달라진 건 없는 듯 합니다만. 동인 음악의 한계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음악은 좋습니다. 게임 분위기와도 잘 맞고,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시나리오는 짧지만 엔딩 수가 많은 만큼 대사량이 썩 적지 않습니다만, 목소리 연기도 좋아서 플레이하는 동안 귀가 즐거웠습니다. 쿠로토 역의 미키 신이치로님의 차분한 듯하면서도 고민이 많은, 억눌린 목소리도 좋았고, 이토 켄타로 님 어쩌면 그렇게 바보 연기랑 딱이랍니까;; 개인적으로는 쿠로타카(黑鷹)역의 이노우에 카즈히코님 연기가 좋았습니다. >_< 이분은 비밀을 숨기고 가볍게 웃는 역이 어울려요. ...개그 연기도 잘 하시고. >3< (사실 완전히 제 취향은 little story 쪽의 개그 시나리오였어요. >ㅁ<)
*Graphic ★★★★☆
水城サトル님 그림은 워낙 제가 좋아하고 있어서;; 그림체 자체는 취향을 좀 탈 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체가 가늘고 '손' 느낌이 남아 있는 그림체. 채색이 깔끔하고 투명한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망가진 그림이 없이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점이 플러스. 스탠딩 수는 많지 않습니다만, 잘 어울리게 사용되었고 배경 제외한 CG는 겹치는 것 제외하고 47장입니다.
마루마 때 시스템에서 너무 고생했기 때문인지, 쾌적하게 플레이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좋았습니다. :) BL 느낌은 거의 안 나기에, BL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도 편안하게 플레이하실 수 있을 듯. 캐릭터성이 잘 살아서인지, 드라마 CD나 다른 매체도 많이 나오는 것 같네요. 기회가 된다면 그 쪽도 구해서 접해 보고 싶습니다.
...처음 플레이하고, 든 생각.
웃기고 있네.
물이 넘칠 것 같으면 수도꼭지를 잠가야지 물을 부어버릴 생각만 하냐.
그래봤자 또 찰 거잖아.
쿠로토를 죽이려고 난리면서 전쟁은 또 왜 한대? =_=
이 바보자식은 또 왜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죽어 주려고 난리고?
스스로는 별로 신이 되고 싶지도 않았던 '연구자'가 箱庭을 만들면서, 사람이 사람을 어느 이상으로 죽이면 멸망의 매개가 되는 '玄冬'가 태어나고, 그를 매개로 눈이 펄펄 내려서
(...빙하기가 되면...) 세상이 멸망하되, 유일하게 玄冬를 멸할 수 있는 '구세주'도 태어나 '구세주'가 '쿠로토'를 멸하면 세상에는 다시 봄이 오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그를 관리하기 위해 두 마리의 새를 창조해, 각각 '쿠로토'와 '구세주'를 지켜보도록 하셨답니다.
너희 '창조주'는 전쟁 일으키지 말고 사람 좀 그만 죽이라고 시스템을 만들었을 것 아냐;; 하지만 잘못하면 세상을 멸망시킬 '마왕'이 내려오고, 그러면 사람들이 겁을 먹고는 하던 전쟁 때려치우고 '용사님'이 '마왕'을 물리치면 다시 열심히 산다, 좋지.
그런데 마왕이란 놈은 왜 어릴 때부터 '내가 있으면 세상이 멸망할테니까 구세주를 만나서 죽어야지' 거리질 않나, 구세주라는 녀석은 '세상따위 멸망해도 상관없어.' 거리질 않나, 쿠로토가 태어나고 눈이 펄펄 내리는데 전쟁을 시작하는 미친X들이 다 있지 않나. 내가 봐도 이 시스템은 잘못됐다;; 게다가 이번엔 구세주가 '쿠로토'와 친구가 되셔서 죽이기 싫어졌다 이거지.
1안. 그래도 구세주가 쿠로토를 죽여야 세상에 봄이 온다.
(한 네 번 죽었던가; )
2안. 죽이기 싫으니까 세상이 멸망한다.
(하나시로가 죽은 게 한 다섯 번에 쿠로타카랑 도망친 게 두 번쯤? )
3안. 시스템이 잘못됐다. 시스템을 바꾸자.
(하나시로가 죽은 게 한 번, 산 게 두 번. 이 경우 관리자인 새들이 사라지고)
4안. 이 세계에서 쿠로토가 없으면 만사 OK
(상자 밖으로 뛰쳐나간 게 대략 한 번.)
그 중 제일 엽기는
'내가 태어나면 어릴 때 그냥 죽여 버리라'고 쿠로토가 말하고 죽어서, 그 다음엔 발견되는 족족 구세주가 죽여 버리는 시나리오. =_=
...... 왜 이렇게밖에 안 되나 생각했는데, True 두번째는 그래도 비교적 해피였고. 오마케 쪽에서 위안을 찾았습니다. =_=
평화롭게 살면 되잖아, 바보들. 쿠로토가 있어도 세상이 바로 멸망은 안 한다며.
(보통 매가 아니라 고기만 먹는 쿠로타카와 '시어머니 놀이'에 전념 중인 시로후쿠로가 좋았습니다.)
속은 엄청 답답했지만, 캐릭터들이 귀여워서 그래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꽉막힌 바보인 긴슈가 바보짓 할 때 그래도 좀 웃었고, 오마케에서 '왕자비로 맞겠다'는 말을 듣고 목소리 갈라지는 쿠로토가 귀여워서 몇 번 돌려 들었어요. 드라마CD가 나올 양이면 이젠 좀 밝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ㅠ_ㅠ
이건 완전히 동화 한 토막. OTL 쿠로타카는 쿠로토가 자기 안 믿어도 할 말 없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