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17 -the out of infinity-
Playstation2 / Dreamcast / Windows
Premium edition:
PS2판(2003년) 세금 별도 6800엔 (초회한정 8800엔)
DC판(2003년) 세금 별도 6800엔
windows CD판 (2003년) 세금 별도 5800엔
DVD판(2005년) 세금 포함 6090엔
(c) KID
저는 PS2 염가판으로 구입했습니다만, PS2의 premidum edition과 같은 표지(로 알고 있습니다)인 그 커버는 스포일러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공식 홈페이지의 화상을 이용했습니다.
▲오픈케이스입니다.
KID사는 playstation 기반인 만큼 우선 PS용으로 제작했다가 windows로 이식, 그 보강 버전을 이후 다시 PS로 이식한다는 기상천외한(;) 방식의 마켓팅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windows용 DVD판으로 다시 발매했다는데...;; 국내에서는 한글화 패치도 나와 있는 듯 하네요. (먼눈)
2017년, 해저 테마파크에 갇힌 7명의 남녀가 생존을 위한 방법을 하면서 일어나는 사건과 서로의 비밀들. 이 게임은 근미래를 베경으로 한 재난물...처럼 보이지만 SF의 성격을 가미한 미스터리물에 가깝습니다. 물론 전문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물리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등장하는 편이라 이과적인 트릭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그런 점은 즐기실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 이것 역시 superlite2000 시리즈라는 염가판으로 나왔기에 구입했습니다. (시리즈 명대로 2000엔. 세금 포함 2100엔입니다) Ever17이라는 게임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입소문으로 들어 왔던 터입니다만, 저는 이 게임의 장르에 대해서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게임이 기본적으로는 미소녀 어드벤쳐 게임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기묘하게도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한 후였습니다.
이 게임은 설정상, 아니 적어도 광고 면에서는 죽음을 앞둔 극한 상황에서의 서바이벌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본편에 들어가면 그 ‘재난’이라는 느낌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119시간(±12시간)이 지날 때까지 구조가 오지 않으면 죽습니다. ...죽는 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는 위기감도 절망도 몸부림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_= 누군가가 구해주러 올 거라는 걸 그렇게까지 믿고 있는 건지, 어두운 게 좋냐며 밝게 자기인사를 하고, 충분히 남아 있는 재료로 매점의 샌드를 만들고, 얼굴에 낙서하기, 유령놀이, 트럼프, 역할놀이 등을 즐깁니다. orz 플레이하다 보면 이 녀석들은 죽어도 괜찮다는 건가, 아니면 죽을 거라는 생각을 꿈에도 안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딱 한 번 비참한 몸부림이 느껴지는 시점이 있었습니다.
모 캐릭터의,
“난 흰 쌀밥이 먹고 싶어!!ㅠㅁㅠ”
...... 이해는 하지만, 그 당시는 한 대 쳤으면 좋겠더군요. =_= (사실 실제로 쳤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여기에서부터, 서바이벌이라든가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제 예상은 어긋나고 맙니다. 그래서인지, 사실 제게 연애 스토리의 진행은 다소 지루했습니다. 이 게임의 텍스트 분량은 적지 않습니다. 제 경우, 급한 마음에 후반부 대부분의 텍스트는 거의 그냥 넘겨 버렸는데도 플레이시간은 총 46시간 5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소녀 어드벤쳐 게임이 그렇듯 캐릭터를 공략하기 위해 같은 사건을 두 번 이상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공통부분의 텍스트는 상당 부분 겹치게 됩니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PS2의 어드벤쳐 게임으로서는 최상이라고 할 정도로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사 윈도우의 투명도와 위치 조절, 듀얼쇼크의 효과 조절, 사운드의 조절, 자동읽기 속도 조절, 자동읽기와 음성의 싱크로 여부, 이미 선택한 지문의 변화 여부가 조절 가능하고, 이미 읽은 시나리오를 다시 읽기와 음성 다시 듣기도 가능합니다. 각 선택지마다 quick save가 자동적으로 되기 때문에(이 기능의 여부도 옵션에서 조절 가능합니다) 선택지로 돌아가기도 쉽고, short cut 기능을 이용하면 시나리오의 중간 부분에서부터 다시 플레이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O버튼을 길게 누르면 자동적으로 ‘자동읽기’모드가 된다거나 (이 기능을 시작할 때 자동적으로 켜져 있게 하는 것 역시 옵션에서 조절 가능합니다) R1버튼으로 읽은 문장만 빨리 넘기기, R2버튼으로 읽지 않은 문장까지 빨리 넘기기가 있는 점 등은 플레이 시 게임에만 집중하게 하는 좋은 요소들입니다.
사운드는 무난하고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곡들입니다. 오프닝은 미묘하게 중독성이 있을 정도. 게임 내에 자주 등장하는 어떤 노래 역시 귀에 익어 끝날 때 즈음에는 전부터 알고 있던 노래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보이스도 상당히 좋습니다. 성우분들이 연기를 무척 잘 하신다는 느낌. 상황과 전개에 매우 잘 어울립니다.
컬러 감각이 훌륭한 만큼 일러스트도 꽤 예쁩니다. (일러스트: 滝川 悠 타키가와 유우 http://www.lovepockets.net/ ) 이벤트 CG도 보기 좋고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츠구미의 스탠딩 CG는 어느 것 할 것 없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벤트 CG는 상당히 아름다운데요...완전히 사견입니다만, 일러스트와 시나리오가 잘 어울리느냐고 생각하면, 100% 그렇다고 수긍하기는 어렵습니다. 배경 일러스트도 무난합니다만, ‘물’에 관련된 효과만은 지금 봐도 상당히 뛰어나다는 느낌입니다.
이 게임은 역시 상대 캐릭터에 따라 시나리오가 달라집니다. LeMU에 갇힌 7명의 남녀 중,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쿠라나리 타케시’와 ‘소년’입니다. 이는 공통부분의 프롤로그를 진행한 후 타케시의 1인칭인 ‘俺’를 선택하느냐, 소년의 1인칭인 ‘僕’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타케시 편에는 츠구미편 소라편이 있고, 소년 편에서는 유우편, 사라편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편의 굿엔딩을 모두 보았을 때에만 새로 나타나는 선택지를 선택하여, 코코편을 진행 가능합니다. (코코편은 타케시 루트로도, 소년 루트로도 접근 가능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소년 루트로 접근하는 쪽을 권합니다.)
물론 돌아보면 각각의 사랑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연애 게임’으로서 이 게임에 기대를 가지셨던 분이 있다면, 츠구미와 소라 에피소드에서 어느 정도 그 감성을 충족시키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미스터리 면에 있어서는... 여러 분들께서 지적하셨던 점입니다만, 추천 플레이 순서는 つぐみ→空→優→沙羅 입니다. 그 이외는 없습니다. 하나를 건너뛰신다면 空쪽이 가장 메인 스토리와의 관계는 적습니다만, 이 쪽에서 등장하는 단서가 없으면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건너뛰시면 코코편에 진입이 불가능하므로 하셔야 하긴 합니다만; 한 문장 한 문장, 살펴보면 단서가 있습니다. 또는 사건의 수수께끼를 더욱 깊어지게 하는 실마리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이 텍스트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게 이 텍스트는 문장이 너무 긴 만연체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게임에 향해지는 찬사는, 사실 ‘코코편’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코코편은 미스터리 측면에서 클라이막스이고, 결말입니다. 이 부분은 좀 더 긴박감 있는 문장이어도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나리오 라이터가 쓴 트릭과 사건은 훌륭합니다. 좀 더 잘난 척을 해도 됩니다. 에피소드의 폭로가 복잡한 만큼 다소 난잡할 지라도, 좀 더 한꺼번에 터뜨리고 플레이어들을 두근거리게 해도 좋다는 겁니다. 그것이 아쉽습니다. 적어도 저는, 코코편조차 너무 길어져 버려 처음에 느꼈던 스릴을 최후에는 거의 느낄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아니 좀 더 돌이키면, 이 모든 텍스트가 ‘재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좀 더 긴장감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좋습니다. 게임 자체가 가진 특성이 게임에 유용하게 사용된 경우를 보는 일은, 적어도 요즘은 그렇게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제작 시점을 볼 때, 혹은 지금 시점에서 보더라도, 이 게임은 뛰어난 시나리오와 게임 내외의 것들이, 무척 잘 어우러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로는 네타바레를 포함한 감상입니다.
게임 플레이 예정이 있으신 분이라면 피해 주시어요. ^^;
그래도 읽으실 분은 클릭해 주세요.:)
첫째.
애초에, 이 PS2 PE판은 껍데기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_= 한 번 했던 사람이 다시 살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츠구미(つぐみ;月海) 시나리오를 한 번 플레이하고 나면, 이 커버의 장면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저 장면에서 유리창을 깨고 있는 건 타케시(武)여야 합니다. 하지만 캐릭터 소개에 나온 적도 없는 남자가 유리창을 깨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코코편에서야 언급되어야 할 비밀에 대해 미리 폭로하고 있습니다. 분명, 이 남자는 ‘타케시입니다.’ 그렇다면? 캐릭터란에 소개된 그 남자는 ‘타케시가 아닙니다’. 여기에서, 게임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어떤 트릭이 사용됩니다. 1인칭의 어드벤쳐 게임은,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즉,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플레이어가 주인공과 싱크로하고, 여성 캐릭터와 대화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타케시 시점에서는 타케시의 모습을 볼 수 없고, 소년 시점에서는 소년의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타케시의 모습은 코코편에서야 그 정체가 드러나고, 소년의 모습 역시 코코편에서야 그가 거울을 봄으로써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 게임의 가장 중요한 트릭 중 하나를 커버에서 미리 말해 버리고 있다는 겁니다.
둘째.
......타케시. 넌 츠구미 때나 소라 때나 왜 그렇게 저돌적인거냐;;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라고 말하고 있긴 합니다만, 제 짧은 머리로는 단순히 ‘내가 무거우니까 뛰어내려서 함선을 가볍게 만들겠다’는 걸로 들립니다만. OTL 츠구미 무게라면 뜬다는 보장이라도 있어요?;; 물론 같은 부피의 물체에서 중력을 줄인다면 그 물체가 뜰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 경우, 배터리가 부족해서 모터가 정지해 버린 상황이므로, 완전히 부력에 의지해야 하고. 최소한 부력이 중력을 이기려면 함선이 가진 부피에 해당하는 물의 중량보다 츠구미와 함선을 합한 중량이 작아야 합니다. ......네가 뛰어내려도 가라앉으면 어쩌려고. OTL 아니면 미리 츠구미의 무게와 함선의 부피, 무게를 토대로 한 주도면밀한 계산이 이루어 졌는데 저만 모르고 있었던 건가요. ㅠ_ㅠ
셋째.
커버 건과도 관련된 것입니다만, 이 게임의 가장 큰 트릭은,
‘타케시 시점’과 ‘소년 시점’의 사건이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드벤쳐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시점만 다를 뿐 같은 사건’으로 인지하지만... 적어도 ‘사라’와 ‘코코’만을 보더라도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사실은, 이 두 개는 17년의 간격을 두고 서로 전혀 다르게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리고, ‘소년 시점’, 즉 17년 후의 사건에서 타케시 역은 카부라기(17년 전의 ‘소년’)이, 유우(優春) 역은 유우(優秋)가, 소라와 츠구미는 본인, 코코의 위치에 사라(?), 소년은 호쿠토가 연기하고 있습니다.
‘미래’가 ‘과거’에 관여한다- 타임슬립과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4차원의 존재가 3차원에 개입하고, 그 사건이 3차원으로 이루어지게 하려면, 기존의 3차원은 2차원이 되어야 합니다. 유우(優春)는 그렇기 때문에 같은 사건을 재현함으로써 두 사건(두 점) 사이를 한 차원 제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게임 사이에 일어났던 이상한 사건들 - 즉 이상한 소리, 생체반응의 변동 등은 차원의 공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하여, 코코편에서 Blickwinkel은 각성하고, 17년 전의 세계에 개입하여, ‘호쿠토’의 목소리로 ‘타케시’를 불러내어, 현재에서 구출할 수 있게 합니다.
넷째.
또 한 편의 트릭은 가족구성입니다. 단 한 번의 관계로 태어난 츠구미와 타케시의 아이들인 사라와 호쿠토. 그들은 불로불사의 ‘큐레아 바이러스’ carrier인 어머니에게서의 유전으로 infravision (적외선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달과 바다의 자장가’가 츠구미에게서 사라로, 이차원에 귀를 기울인 코코에게로 넘어감으로써 그들은 하나의 노래를 공유하게 됩니다. 유우비세이하루카나(優美淸春香菜)는 자신의 클론인 유우비세이아키카나(優美淸秋香菜)를 또 하나의 자신으로 여깁니다. 이들은 사실, 거의 동일합니다.
다섯 번째.
코코편에서 이런 저런 비밀들이 드러날 때에, 매번 놀라긴 했지만 가장 가슴이 철렁했을 때에는 優春가 ホクト가 아닌 Blickwinkel(독일어로 視點입니다.)을 지적했을 때입니다. 지금까지 호쿠토에게 동조하고 있던 존재. 유우하루의 계획에 동참했던 4차원의 존재. 물론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설정입니다. 하지만 제가 순간 생각했던 것은 좀 더 엉뚱한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모든 것을 보고 있던’ 당신. ‘소년’시점에서의 호쿠토가 ‘타케시’시점의 일들을 미리 알고 있는 건 당신이 그 일을 알았기 때문이며, ‘소년’이 기억 상실이 된 이유는 당신이 이 세상에 대해 백지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전, 그것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모니터 바깥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플레이어 자신’을 말하는 것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그것이 그런 트릭이었다면, 정말 평생 이 게임을 잊지 못했을 거에요. 분명, 그들의 시간축을 돌리고, 그 사실들을 알면서 동시에 제시할 수도 있는, 그리고 그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플레이어’는 ‘Blickwinkel’과 마찬가지로 한 차원 상위의 존재입니다.
유우(優春)가 BW를 소환하고, 카부라기(桑古木), 유우(優秋), 소라(空), 사라(沙羅), 소년(少年;ホクト)를 모아 이 모든 사건을 일으킨 것은 놀라운 트릭이고 사건입니다만,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한 트릭을 썼다면. 즉,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승낙을 얻고’, 사건 종결시 ‘플레이어에게 말을 건다’면,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많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작진은 그 수수꼐끼들을, 설정집에서 슬쩍 공개하고 게임을 플레이 한 사람들이 추리해 볼 여지로 남겨둔 건 아닐까 싶어요.